박은선의 작품은 조각의 전통적인 재료인 서로 다른 색깔의 대리석을 가공하여 쌓아 올린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가 제작해온 형태들은 기하학적 입방체나 정원으로 된 구체(球體), 원주(圓柱), 튜브 모양의 고리 등, 완전한 형태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면서 단순하고 동일한 형태의 반복과 집적이란 방식의 일정한 모듈을 적용하여 상승, 성장의 이미지를 미니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만의 조각은 자연이 아닌 문명을 연상시키는 구축된 형태(constructed form)를 만들고 있다. 특히 동일한 형태의 반복과 집적으로 이루어진 구조 내부에 파열된 틈을 표현하고 있는 박은선의 방법은 브랑쿠시나 미니멀아트의 단순성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고, 단단한 돌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외부로 발산하며 나타나는 긴장을 통해 동세의 응축과 확산을 표현하려는 의도의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평론가 최태만 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