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살아있는 이숙자 작가의 '보리밭'은 돌, 보석 가루 등을 아교에 섞어 화폭에 바르는 암채기법과 한국전통의 채색화 기법으로 제작되는데 특히 암채 (광물질을 원료로 하여 만든 물감)를 이용하여 반 입체의 보리알을 표현함으로써 얻어지는 생동감 넘치는 부조적 화면은 전통 한국화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신선함을 우리에게 안겨 준다.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 풍경을 청맥, 황맥, 백맥으로 다채롭게 표현하기도 하며, 훈민정음이라든지 여인의 모습을 담아내어 한국의 미를 담아내고 조상들의 애로티시즘을 연결 지어 표현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화의 전통의 미를 계승하면서도 작가만의 독보적인 화면을 만들어 가려는 작가의 창작열을 엿볼 수 있다. 평론가 오광수 선생님은 "보리밭은 보릿고개를 연상시켜 우리민족 보편의 한의 개념으로 확대되어지고, 여기에 발가벗은 여체를 등장시킴으로서 한과 생명력의 기이한 조화를 시도해 보이고 있다"라고 평한 바 있다. 계절이 담긴 그녀의 보리밭 연작은 한국적인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주며 보리밭에 여체를 그려 넣은 이브의 보리밭 연작은 일반적인 이숙자의 보리밭의 이미지에서 더욱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능적인 생명력에 대한 표현이 어우러져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는 한편 작가의 내면적 감정이 내재되어 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