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는 우리 양화계에서 ‘산 그림’에 전념한 대표적인 작가로서 그 명성이 뚜렷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명산들은 물론, 세계의 명산과 거산을 거의 다 찾아가 오르고, 그 감동의 시각 체험을 마음껏 그린 작가인 것이다. 그 작품들은 장엄한 산악과 산령(山嶺)이 비쳐내는 무한한 미의 실체에 집중되었으나, 그 현실감은 계절과 날씨, 내지는 시간대의 산용(山容)이 스스로 창출하는 생명감의 색상으로 강조되었다. 그 표현 형상은 또 창의적인 단순화와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기법의 색상으로 작품성을 특이하게 부각시켰다. 1980년대 이후에는 그러한 표현 형태가 더욱 분명하게 김영재 회화 양식의 전형화를 나타냈다. 그 화면 구성은 작가의 깊은 자연 사랑과 외경(畏敬)의 심사를 반영하면서 아울러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 화가로서의 경건한 자연관도 엿볼 수 있게 전개되곤 했다. 산악 존재와 한없는 생명감은 푸른 색조의 변주로 깊이깊이 찬미되었다. -이구열 평론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