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단색조 회화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온 이정지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단색조의 거친 화면에 서체를 끌어들이면서 현재의 작품세계로 이어지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단색의 화면은 캔버스 위에 롤러(roller)를 통해 바탕 전체를 색으로 덮고, 색 표면을 다시 나이프로 긁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 궤적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작업은 습관적이고 형식적이기보다 작가의 순간의 기운과 정신에 힘입어 호흡과 신체의 움직임의 밸런스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긍정의 메시지(message)를 전달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화면의 깊이와 행위의 표면에서 오는 시각적 세계와 초월적 세계에 몰두해 왔다. 그것은 정신과 물질, 표면과 내면,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 생성과 붕괴 등 서로 다른 세계를 통합 조율해 나가는 일이다. 자유로운 붓놀림에다 부드럽고 완만한 느낌을 주는 롤러, 예리하고 명쾌한 속도감을 유발하는 나이프는 유채의 특성과 함께 작품세계를 펼쳐가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그리는 뫼비우스 원형상은 시작과 끝이 없는 우주를 상징하는 일원으로 여러 의미를 포함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하나로, 둥그런 심상(心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지 작가의 작가노트』

 

I have long been immersed in the visual world and the transcendental dimension that come from the depth of the canvas and the surface of the action. It is about integrating and coordinating different worlds of mind and matter, surface and the inside, conscious and unconscious, creation and dissolution. The roller that gives a soft and gentle feeling to the free brush strokes, and the knife that generates a sharp and clear sense of speed, as well as the characteristics of oil painting,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development of my work. The archetypal images I draw, which look like the Möbius strip, is a monistic whole that symbolizes the universe without a beginning and an end. It has many implications, but ultimately, all of them come down to one, which is the round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