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작가의 그림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실체를 이루고 있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무수히 태워진 흔적의 구멍이며, 뚫려 있어 비어 있는 실체이다. 향불에 타서 소멸된 공간들이 다시 모여 형상을 이룬 전면의 이미지와 후면의 또 하나의 다른 이미지를 함께 배접하여, 향불이 그려낸 형태와 바탕의 그림이 중첩되면서 2중의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르게 된다. 두세 개의 그림이 중첩되면서 공(空)은 형태를 만들어 내고 중첩된 색(色)과 형태는 바탕이 되어 다시 공(空)이 된다. 색즉시공 공즉시생(色卽是空 空即是生)의 철학을 작업 과정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적인 표현에서 상징적 표현으로의 전향을 시도하며 그 속에 삶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지를 향불의 매개체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태우는 행위는 우리의 일상으로 비친 모습과 닮아 있으며, 소멸한 흔적들은 사라짐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으로 내어주고 새로운 조형으로 탄생한다.” -이길우
“한지를 향불의 매개체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태우는 행위는 우리의 일상으로 비친 모습과 닮아 있으며, 소멸한 흔적들은 사라짐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으로 내어주고 새로운 조형으로 탄생한다.” -이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