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가 이숙자의 개인전이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초록빛 환영’ 展 이후 6년 만에 선화랑에서 열린다. 올해 선화랑 45주년을 기념하며 준비한 특집작가전시로 지난 6월 추상화가 곽훈의 개인전을 개최한데 이어 두 번째 특집 작가 전시는 한국 화가 이숙자의 개인전이다.
선화랑과의 인연은 1983년 기획전 ‘가락지전’ 이후 1988년에 선화랑 창립주 고 김창실 대표의 러브콜로 성사된 첫 개인전 ‘이브의 보리밭’으로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2006년 파리에서의 개인전, 2007년 선화랑개인전, 2008년 고양 아람누리에서의 회고전을 연이어 준비한 탓에 한동안 건강에 무리가 온 적이 있었지만 근래에는 좀 더 회복된 컨디션으로 팔순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작업실에서 쉴 새 없이 누드 드로잉과 채색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번 선화랑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완성시킨 150호 청맥은 여전히 푸르르며 볼 때마다 새롭고 신비롭고 생명성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 화가 이숙자는 한국의 채색화 발전에 평생을 헌신해온 작가이다. 작가는 1970년대 말 시작된 ‘보리밭' 시리즈를 통해 화폭 가득 끝없이 펼쳐진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보리밭에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담아내었다. 작가는 한 폭의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손바닥에 피멍이 맺힐 정도로 보리밭 속 보리알과 보리 수염을 수만 번 이상의 세필로 표현하는 고된 작업을 수십 년간 꾸준히 지속해 왔다. 이토록 정교하면서도 단아 하고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된 광활한 보리밭은 보는 이들에게 늘 압도감을 선사해 준다. 이후 1980년대 말 보리밭에 누드를 등장시킨 파격적인 화면인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를 통해 자연의 원천이자 생명의 근원인 이브를 그려내기도 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군우, 백두산 등 민족혼을 드러내는 초대형 작업을 완성해 내었다. 이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화가 이숙자는 까다로운 재료인 암채만을 고집하며 작품을 탄생시켰고 세밀한 채색 기법으로 한국적 채색화의 전통을 이으며 “우리 것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화의 정체성, 채색화의 정통 3 성을 수립하는 작가"로 불려왔다.
선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숙자 선생님의 1980년대 작품부터 2022년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한국 화가 이숙자의 화업 반세기를 다시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을 엄선하여 전시장을 구성하였다. 제1전시실은 9m가 넘는 초대형 백두산 이미지를 담은 '백두성산' 작품과 제2전시실은 대표적인 시리즈 '보리밭'과 대형 작품 '군우'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제3전시실은 '한국적인 정체성과 미'를 주제로 한 작품과 당당한 에너지와 생명성 넘치는 여성상을 담은 '이브'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여전히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변함없는 열정과 집념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한국 화가 이숙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