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th Anniversary Special Exhibition: 한국 현대미술 45년의 궤적과 오늘의 얼굴

15 September - 12 October 2022

한국 현대미술 45년의 궤적과 오늘의 얼굴
선화랑 개관 45주년에 부쳐

 

윤진섭 Yoon Jin Sub

이 전시는 선화랑 개관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선화랑은 민족중흥과 산업입국을 주창하며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7년에 개관하였다. 인사동 중심가에 자리잡은 붉은색 단층건물이 인상적인 선화랑은 설립자인 고 김창실 회장이 미술전문잡지인 <선미술> 창간과 아울러 <선미술상>을 제정, 시행하면서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선화랑이 문을 연 70년대 후반은 국전이 쇠퇴하면서 국제전 참가와 함께 단색화를 비롯하여 극사실주의, 개념미술, 이벤트,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제경향이 유행을 하였다. 80년대 후반에는 신표현주의를 비롯하여 신구상회화 등 해외의 구상화풍이 국내화단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 신문사가 주최한 각종 민전은 신구상회화의 전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80년대 이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국내화단에 유입돼 새로운 미술의 기류가 형성됐는데 <선미술>은 이러한 해외미술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 다양한 사조를 소개하였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미술의 흐름에 동참하고 때로는 선미술 기사와 선미술상 수상을 통해 국내화단의 동향에 영향을 미친 45년간의 족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30대 초반에서 80대 초반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은 그만큼 폭넖은 작가층의 스펙트럼을 드러내고 있다. 관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지난 45년간의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극)사실주의적 경향
(Hyper)realistic trend
: 김강용, 이석주, 주태석, 한만영, 홍순명

70년대 중반부터 극사실주의가 한국 화단에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팝아트와 연계된 리차드 에스테스와 척 클로스, 듀안 헨슨 류의 극사실주의와 당대 유행한 극사실주의와는 차별화된다. 미국의 그것이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문화의 소산인 반면, 한국의 그것은 초기 산업사회의 단면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육안과 수작업에 의존한 한국의 극사실주의 회화는 과학적 시각에서 사진처럼 대상을 화면에 담아낸 미국의 냉엄한 극사실과는 달리 약간의 자기 해석과 정감적 접근이 더해진다.

빛과 움직이는 이미지의 세계, 미디어 아트
The world of light and moving images, media art
: 모준석, 이경호, 이상현, 이이남

한국 미디어 아트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70년대 중반 박현기의 비디오 아트를 시발점으로 삼는다면 50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그동안 전자 기술을 이용한 많은 매체의 실험이 있어왔다. 비디오 아트와 컴퓨터 아트, 인터넷 아트, 그리고 증강현실과 NFT, Metavers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향이 있지만 본 전시에서는 동영상 위주로 소개한다.

정감적 접근(마음의 세계)
Affective approach, world of mind, expressiveness of color
: 곽훈, 권여현, 김길후, 김명식, 김용철, 김정수, 김정인, 문형태, 서용선, 석철주, 심우현, 박시현, 박정혁, 박현웅, 송지연, 아트놈, 이만나, 이영지, 정복수, 정영주, 지나손, 황주리, 황창배, SoSo

객관적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하여 사물의 존재감을 드러낸 극사실주의와는 달리, 마음의 세계를 정감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함께 모아 보았다. 마음은 천태만상이고. 그 표현인 작품 또한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이 다원적 세계를 분류하여 범주화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주는 폐단 또한 없지 않아 해석은 관객에게 맡기고자 한다. 이 파트의 초대작가들은 각자 개성적인 조형언어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이다. 마음의 영역을 독특한 필치로묘사하는 가운데 관객과의 소통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색화적 경향, 미니멀 추상
Monochromatic trend & minimal abstraction or matter
: 김덕한, 김희경, 김찬일, 박다원, 법관, 이정지, 장승택, 정광희
김근중, 김영원, 김지아나, 김진두, 민성홍, 박상남, 박철, 이길우, 이상용, 채은미

이 범주의 초대작가들은 후기 단색화 작가들을 포함, 미니멀한 추상화적 경향을 보여준다. 선화랑이 문을 연 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화풍은 단색화였다. 이 화풍은 60년대에 첫 징후가 나타났으나 본격화된 것은 7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그 정신을 계승하여 산업화시대의 미감을 반영하면서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단색화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단일한 색에 의한 미니멀한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이 화단에 하나의 경향을 이루고 있다. 그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