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는 2016년 10월 19일부터 11월 5일까지 정영주 작가의 "사라지는 풍경"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3년 이후 3년 만에 기획된 초대전으로, 우리 가슴에 품어둔 고향과 같은 따뜻한 동네의 모습을 통해 안정과 정신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199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정영주 작가는타지에서의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서 모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가장 적절한 성격을 띈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한지는 결이 조화롭고 통일성이 있으며, 올곧지 않지만 소박하고 평범, 단순한 물성을 모두 포함되어 대표적인 한국의 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 정영주 작가는 한지에 대한 연구를 한층 더 발전시켜 한지를 캔버스에 구겨 대상(지붕, 길, 가로등, 벽, 계단, 굴뚝, 나무 등)의 형태를 만들어 붙이고 그 위에 채색하는 파피에콜레[Papier Colle] 기법을 응용한다. 이것은 작가만의 독특한 방법이 되었고, 부조기법을 혼용한 정영주 작가만의 방식은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을 강조하고, 밤 풍경에도 따스한 느낌이 들도록 해준다.
정영주 작가는도시 빌딩 숲 사이에 숨겨져 있는 판자촌을 발췌하여 풍경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소외된 것들과 잊혀진 것들을 끄집어내어 그것들을 파라다이스로 바꿔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고층 건물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옛 마을의 풍경을 작품으로 되돌려 물질보다 정신적 매개가 되었던 가족, 친구, 이웃의 모습을 추억하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화면이 되도록 연구를 거듭해 현재 신작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30여 점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은 3년 전 전시에 소개되었던 작품에 비해 등장하는 물체와 그것의 물성을 대변한 색, 화면에 구도와 상황들이 다양해 졌다. 노란 가로등 빛에 비춰 끝없이 펼쳐지는 집들, 그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골목길과 계단 그리고 오래된 담벼락과 나무, 철문과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는 불빛, 소복이 지붕 위에 쌓인 눈과 양철로 만들어진 굴뚝이 등장하는 정영주 작가의 작품이 깊어진 가을에 따뜻한 서정성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