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rt” You Doing Now? 1부 : 이정지

16 March - 5 April 2016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는 2016년 3월 16일부터 4월 5일까지 이정지(75)의 WHAT ART/ARE YOU DOING NOW? 전시가 열린다. 이정지작가는 1972년부터 현재까지 30여 회 국내외 개인전을 통해 항상 새로운 비전(vision)을 제시해 왔다. 특히, 100호~200호의 대작에 주력해 온 작가는 83년 제 17회 상 파울로 국제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사뽀로트리엔날, 인도트리엔날, 베이징국제비엔날레(2012, 2015) 등과 수십 차례의 유수한 국제 아트페어에 초대되어 작품의 진가를 해외에 알리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이정지 작가의 연대별 작품의 특징]

 

 이정지의 60~70년대 작업은 탐색기 또는 “’탈(脫) 일루전(illusion)’을 목표”로 이미지를 지우는 시기로 평가 받는다. 이 시기에 작가는 생장(生長) 시리즈로 작업했으며, 사물이 지워졌을 때 나타나는 공간과 흔적에 집중했다. 이 같은 작업은 80년대 모노크롬(Monochrome)회화로의 변모를 위한 수단이자, 다음 단계의 진입을 예고하고, 지향점을 알리는 작업이었다.

 

80년대 작업은 모노크롬(Monochrome)전개 시기로 평가 받는다. 83년 이후부터 확고해진 이 방식은 ‘반복행위’가 주를 이루는 신체성, 촉각적 특징이 두드러진 작업으로 캔버스 전체가 회갈색로 표현된 것이다. 그는 85년 까지 『무제』시리즈로 이후부터 현재까지 『Ο』 시리즈로 작업해 오고 있다. 이 시기 작가는 안료를 긁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을 표면에 새기고 있다. 특히, 1985년 무라마쯔화랑의 성공적인 전시를 거점으로 한국 모노화의 특징과 정신을 바탕에 두면서도 가장 이상적이고 독자적인 화면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평가 받았다.

 

“李正枝의 작품에 대해, 우리는 모노크롬 회화(繪畫)라든가 화면(畵面)의 평면화(平面畵)라는 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의 회화에는 이 문제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화가는 그러한 문제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 이고, 나아가서는 자신의 회화는 어디까지나 체질적(體質的)인 것이라고도 했다. 미술(美術)이 이론화(理論化)되면 될수록 이 체질(體質)은 귀중한 것이 아닐까, 그 귀중한 체질을 李正枝는 자기의 것으로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그의 회화에게 관념적 조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실재감(實在感)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이일 1983년 평문에서 발췌』

 

90년대 중반부터 이정지작가는 화면에 서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독자적인 길로 들어선다. 이 작업은 서체를 쓰고 지우는 행위로 글씨자체의 의미전달이 아닌 시간의 변화를 찾고자 집중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안진경체와 추사체를 작품에 끌어들여 행위를 화면과 일체화 하는 시도가 나타난다. 이정지 작가는 근작을 통해 기호(sign)의 원초성(the origin), 주술성(incantation), 메시지(message) 를 전달하고 있다.

 

단색의 화면은 캔버스 위에 롤러(roller)로 바탕 전체에 색이 깔리고, 표면을 나이프로 긁혀져 나타난다. 작가는 긁고, 쓰고, 지우고, 깔고를 반복해 궤적을 만들고, 이 궤적은 작가가 의식적으로 숨겨 놓은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작업은 습관적, 일방적인 특성이 아니다. 작가는 때에 따라 자유롭게 호흡해 신체를 움직여 표현하고, 그 움직임 조차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현상을 만든다.

 

“나는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쓰기와 긁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쓰기-긁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어떠한 ‘사물’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회화적 요소와 문자적 요소를 병합했을 때 어떠한 ‘양상’을 드러내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정지 작가의 작업 노트, 2001』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Ο』시리즈의 대작들을 선보인다. 『Ο, 2006~9』, 『Ο, 2008』, 『순환, 2010』, 『Ο-위대한 잔디밭, 2012~3』, 『Ο-물로부터, 2014』 출품된 연작들은 종전의 무채색에서 벗어나 황색, 청색, 적색계열로 다채롭고, 심화된 양상을 띤다고 평가 받는다. 전시에는 문자와 그림 그 사이에서 유희를 즐기고, 기호, 원초, 주술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출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