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에서는 동화처럼 즐거운 상상력을 전해주는 문형태작가의 전시가 2014년 10월 15일(수)~ 11월 7일(금)까지 열린다. 작가는 평범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자신의 일상을 그린다. 또한, 진지함과 장난, 기쁨과 슬픔, 가벼움과 무거움 등 갖가지 표정을 짓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인물을 캔버스에 등장시키고 있다.
문형태 작가의 작품은 일기나 편지쓰기와 같이 솔직하고 감성적인 작업이다. 작가는 하루하루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캔버스에 담는다. 처음부터 그는 무엇을 그릴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마치 그리운 무언가를 찾아 나서듯이 아무렇게나 그리기 시작한다. 이것은 자동기술법처럼 연필로 마구 끄적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형태를 발견해 구체화시키고 색과 터치를 더해 그려내는 그만의 감각적인 방식이다. 습관처럼 그려지는 그의 그림일기가 모여 이야기가 되었고, 이 수 많은 이야기가 모여 어린왕자의 작은 행성처럼 그만의 왕국(그림소설)이 되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Miss K"로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작가는 그 동안 대부분의 전시에서 <그리운 K에게>라는 편지를 써왔다. 작가가 말하는 K는 영감을 주는 뮤즈이다. 막연하게 그리워하는 것, 존재하지 않는 대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장소나 사물이 될 수 있고, 사람이나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에서는 Miss의 다양한 의미로 잃어버린 무엇, 그리운 대상, 본능적으로 찾고 있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이상을 그린 작품 30여 점이 출품된다. 작품과 함께 작가의 방이 설치된다. 방에는 이젤과 팔레트, 작업노트와 드로잉 등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다양한 오브제가 놓인다. 작가의 작업실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전시구성은 관람자에게 더욱 흥미로운 볼거리를 줄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어른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며, 어린 시절 장난감을 놓아버리면서 순수한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전시를 통해 잃어버린 무엇(꿈)을 찾고 공감하는 전시가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전시 Miss K에 대하여... 문형태]
대부분의 전시때마다 <그리운 K에게>라는 편지를 써 왔습니다. 막연하게 그리워하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 K란 토이스토리의 장난감 우디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작별하는 어린 시절의 나와도 닮았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는 다릅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스스로 나를 흔들고 부정해보는 과정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실수하고miss 잃어버리고miss 그리워하고miss 끝끝내 삶에서 미혼처럼 혼자여야 하는miss 자신을 말예요. 전시타이틀을 다른 말로 하자면 내게 영감을 주는 그 무엇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관에 누워 있는 미래의 내 주검을 그린 후 <나는 함께 죽는다>는 타이틀을 단 것처럼, 나를 이루는 것은 오직 내가 아니라 내개 영감을 주고 경험을 주는 수많은 타인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전시 Miss K는 결국 나를 만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의 그림이 아니라 우리의 그림이 보여지는 전시이기를 희망합니다.
작업에 대해 늘 관용적 태도를 가진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재료와 기법의 선택에 있어서의 자유로움은 다시 말해 재료와 기법이 작업의 과정과 완성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었어요.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그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느냐 와는 조금 다릅니다. 작업이 작가의 또 다른 언어라고 배워왔다고 착각했으나 작업은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그 것은 전달되지 않는 독백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리는 작업의 영감과 소재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깊은 고민을 못했다는 것은 삶의 목적과도 같은 이치였습니다. 모든 삶은 다 살아보았을 때 그 목적이 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그리는 것들의 이유들이 작업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옴에 따라 조금씩 나 스스로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저는 지금 겪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