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나멜 페인트가 빚은 환상의 파편…선화랑, 강유진 개인전

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바라보는 대상과의 거리를 얼마만큼 두는가에 따라 다른 풍경이 보이게 된다."

13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환상의 파편: 풍경의 새로운 시각'으로 개인전을 여는 강유진 작가는 미국 버지니아에 위치한 'Oak Spring Garden'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작품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도시의 스펙타클한 공간에 끌리고 압도되어 수영장이나 공항, 도심 속의 높은 건물, 대로, 갤러리나 미술관 등을 소재로 많이 그렸다. 하지만 거주지를 자주 옮기게 되면서 주변 환경이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그림의 소재도 변했다. 이전 건물 공간 등 인공적인 공간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자연물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미국의 대자연을 경험하면서 산과 식물들을 소재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레지던시 기간 동안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정원’이었다. 계획, 설계 디자인 되고 길들여진 정원 공간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인공적인 면과 자연의 미가 함께 공존한다. 정원과 그림은 많이 닮았다."

'Oak Spring Garden' 레지던시는 원예가, 정원 디자이너, 자선가이면서 아트 컬렉터였던 Rachel Lambert Mellon이 실제로 거주했던 곳으로 여러 분야의 예술가와 작가들, 환경학자, 인류학자, 식물학자, 생태학자들을 뽑아 각자의 학문을 연구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여행지의 풍경과 주변의 소소한 체험을 담으면서 산, 나무, 식물, 가로수 등의 자연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공과 자연, 둘은 정반대의 소재이지만 모두 나의 시선을 끌면서 그 장엄한 광경 안에서 나는 숙연해지고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나는 경험했던 여러 광경과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재조합하여 또 다른 풍경을 만들면서 ‘그림’이라는 매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의 성질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작가는 주로 인상 깊게 본 주변 공간의 이미지를 대비되게 한 화면에 공존 시키는 독특한 풍경화를 제작한다.

특히 물감이 아닌 '에나멜 페인트'가 무기다. 뿌리고 흘리고 스퀴지로 뭉개는 기법을 에나멜 페인트로 작업하면서 우연적인 효과가 빛을 낸다. 매끄러운 광택 효과까지 자아내 추상과 구상의 경계로 미끄러지며 눈길을 끈다.

 

 

강유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정원, 조각, 산, 수영장, 불, 나무 등의 소재들은 화합과 대비의 방식을 통해 재구성되어 새로운 풍경으로 탄생했다"며 "추상과 구상, 뜨거움과 차가움, 우연과 의도 등 상반된 두 요소 사이에서 여러 층위를 경험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전시는 9월14일까지.

August 13, 2024